“오세훈 OUT!” 지하철·서울시청서 전장연 2026년 첫 신년투쟁

2일 오전 8시 시청역에서 진행된 ‘6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현장. 참여자들이 손을 높이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가장 앞에 있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한복을 입고 있다. 사진 김소영
2일 오전 8시, 매서운 추위가 이어진 이른 아침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은 시민들로 붐볐다. 장애인을 비롯한 300여 명의 시민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2026년 첫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연대하기 위해 모였다.
이날도 장애인들은 지하철에 오르지 못했다. 무리한 탑승이나 연착 시도가 없었음에도 서울교통공사(아래 공사)가 열차 ‘무정차’ 조치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지하철 행동을 마친 뒤, 서울시청 앞에서 ‘2026년 전장연 신년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장애인들은 각 지자체에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며 “올해만큼은 최소한 이동권만이라도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 이상 시장직을 맡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2026년 전장연 신년투쟁 선포 결의대회’ 참여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들의 손에는 “문제는 전장연이 아니라 서울시다!” 등을 직접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다양한 연대시민들이 참여한 지하철 행동 “함께 타는 지하철 만들자”
‘6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는 학생·노동·여성·평화·인권 등 다양한 사회운동 분야의 활동가, 정당인 등 여러 시민들이 연대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TMTG(Thousand Madleens To Gaza, 가자로 향하는 천 개의 매들린호) 해초 평화활동가도 발언에 나섰다. 해초 활동가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이어지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항해에 참여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불법 구금된 뒤 추방된 바 있다.
해초 활동가는 “그동안 ‘먼 나라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 묻는 무관심한 얼굴들을 많이 마주해 왔다. (이곳에서) 그 무관심한 얼굴들은 ‘장애인 이야기는 다른 데 가서 하라’고 말한다. 그 얼굴들은 자본주의의 쳇바퀴 속에서 정작 자신의 이야기조차 들을 수 없게 된 얼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 여러분은 매일 이 시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출근하는 장애인을 본 기억은 손에 꼽을 것”이라며 “왜 여러분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장애인은 보이지 않는가. 왜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상상하지 않게 되었는가. 이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초 활동가는 이어 “우리가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은 공정한 사회를 상상하고,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그 사회는 장애인의 이동·교육·노동·탈시설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다시 말해 장애인이 시민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TMTG 해초 평화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저주토끼』의 저자이자 민주노총 비정규교수노동조합원인 정보라 작가는 “이렇게 투쟁을 하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길이 좁다’, ‘왜 출근길에 방해하느냐’며 불평을 한다.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비장애인의 권리라고 여기는 인식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작가는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두 대가 있다. 한 대는 지하 3층에서 지하 2층까지만 운행하고, 다른 한 대는 지하 1층에서 지상까지만 다닌다. 그렇다면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은 어떻게 이동하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는 역 내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더라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제대로 이동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이어 “엘리베이터를 두 대나 설치했으니 이동권을 보장했다고 말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장애물처럼 취급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백윤 노동당 공동대표,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발언을 통해 장애인권리 보장을 위한 투쟁에 연대의 뜻을 밝혔다.

연대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온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함께 타는 지하철을 만듭시다”, “이동권은 특혜가 아니라 생존이고 평등이다”라고 적혀있다. 사진 김소영

연대시민이 직접 만들어 온 피켓. “오세훈 서울시장님, 약자 장애인을 배제하는 서울, 매력 없어요!”라고 적혀있다. 사진 김소영
‘무정차’로 대응한 공사… 오늘도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발언이 모두 끝난 뒤 지하철 행동 참여자들이 지하철에 탑승하려 하자, 공사 보안관들이 지하철 문 앞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곧바로 무정차 조치가 이어졌고, 열차는 장애인들을 태우지 않은 채 그대로 지나갔다. 무리한 탑승이나 연착 시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공사 보안관들이 지하철 문 앞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 김소영

지하철 문 앞에서 방패를 든 채 가로막고 있는 공사 보안관들. 그 앞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앞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활동가들은 “장애인도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게 해달라”고 외쳤다. 최민경 송파행복드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무엇이 무서워서 정차를 시키지 않는 것이냐. 우리는 이동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것뿐이다. 왜 우릴 이렇게까지 막아서는가. 이동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 누구나 당당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리쳤다. 그럼에도 문 앞을 막고 있는 공사 보안관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서울역으로 향하려던 장애인들은 40여 분을 기다리고도 지하철에 오르지 못했다. 오전 9시 1분부터 9시 40분까지, 열차는 모두 9차례나 무정차로 지나갔다.
남영역에서 진행된 지하철 행동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남영역은 오세훈 시장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 1역사 1동선 100% 엘리베이터 설치 완료’와 달리,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서울 시내 지하철역이다. 남영역을 관할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한 장애인들에게 무정차로 대응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야외 승강장에 말 그대로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다른 역에서 열차를 타고 남영역에 하차해 승강장으로 올 수는 있었지만, 남영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데다 한국철도공사가 지하철까지 무정차로 운행하면서 역을 빠져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1시간여가 지나서 무정차 조치가 해제됐고, 그제서야 지하철을 타고 남영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전장연에 따르면 이날 남영역에서는 총 28대의 열차가 무정차로 지나갔다.
무방비 상태의 활동가들에게 폭력적으로 맞선 공사 보안관들
시청역에서는 오전 9시 41분께 지하철이 다시 정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 앞에 있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이 휠체어째로 열차에 강제로 밀어 넣는 일이 발생했다. 곁에 있던 비장애인 활동가들까지 함께 열차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게 탑승하게 된 활동가들과 보안관들 사이에 큰 충돌과 소란이 빚어졌다. 보안관들은 무력을 사용해 활동가들을 열차 안으로 욱여넣었고, 결국 열차 문이 닫힌 채 그대로 출발했다.

공사 보안관들로 인해 열차에 원치 않게 열차에 탑승하게 된 활동가들과 보안관들 사이에 큰 충돌과 소란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 김소영

공사 보안관들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휠체어를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사진 김소영
다른 쪽에서는 개인적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에 타려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보안관들이 승강장 쪽으로 폭력적으로 끌어내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장애인의 신발이 벗겨지고 전동휠체어 속도조절기가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공사 보안관들이 무리하게, 또 폭력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하철역을 빠져나온 장애인들은 서울시청 앞에서 ‘2026년 전장연 신년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장연 활동가들과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오세훈 시장은 400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 해고를 철회하고, 올해 이동권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라”, “오세훈 OUT(아웃)!”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올 한 해 한목소리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