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는 부양의무제 폐지 아냐

25년도 부양능력 판정기준표. 부양능력판정을 없음, 미약, 있음의 3단계로 나누고 있다. 자료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재구성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의료급여제도에서 부양의무자의 소득일부를 수급자의 소득으로 간주하는 ‘부양비’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반빈곤운동계는 부양의무제의 완전한 폐지가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의료급여 내 부양의무자 기준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부양능력 없음, 미약, 있음이다.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이 있음으로 판정된 사람은 의료수급을 받을 수 없다. 반대로 부양 능력이 없다고 판정되면 의료수급을 받을 수 있다.
부양비 제도는 부양능력 미약 구간에 있는 부양의무자의 경우 소득의 일부를 수급권자에게 생활비로 지원한다고 간주하고 이를 수급권자 소득에 반영하는 제도다. 현장에서는 실제로 지원하지 않는 소득을 지원한다고 가정해 부과한다고 해서 ‘간주부양비’라고도 불렸다.
실제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국가가 “부양의무자가 이 정도 금액은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라고 판단하고 수급권자의 실제 소득보다 높게 측정해, 결과적으로는 수급에서 탈락하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복지부가 폐지하겠다고 밝힌 부양비는 바로 이 미약 구간에 해당하는 부양의무자를 둔 수급자에게 부과되었던 간주부양비를 말하는 것이다.
부양비는 제도 초기에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에서 부양의무자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 100%를 차감한 금액에 50%를 부과(출가한 딸 등은 30%)했다. 이후 부양비 부과 비율이 단계적으로 완화되어 현재는 일률적으로 10%를 적용하고 있다.
복지부는 9일 이 같은 제도 변경을 발표하고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따라 26년 만에 폐지된다”라며 “내년부터는 부양비 제도가 전면 폐지됨에 따라, 저소득층이 실제로는 지원받지 않고 있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때문에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불합리함이 개선되어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한 복지부는 “향후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따라 복잡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간소화하여 서류 제출 부담을 완화하고, 고소득·고재산 보유 부양의무자에게만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양의무제 폐지 8년 전 약속했지만, ‘부양비’ 폐지해도 부양의무제 남아
‘기초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3대 적폐 폐지 공동행동’은 9일 바로 입장을 발표하며 정부를 “양치기 소년”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보건복지부는 제도 도입 26년 만에 부양의무자 부양비가 폐지되었다며 오늘도 스스로를 상찬하고 있다. 그러나 폐지된 것은 ‘간주부양비’이지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니다”라며 “2017년 복지부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언한 지 8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있다”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복지부가 폐지하기로 한 것은 ‘부양능력 미약’에 해당하는 부양비일 뿐, ‘부양능력 있음’에 대한 제약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얄팍한 미약구간의 부양비만 해소하고, ‘있음’이라는 큰 장벽을 남겨두는 것은 충분한 사각지대 해소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의료급여의 경우 중증장애인 수급자를 제외하고 부양의무자기준이 여전히 완고하다”라며 “보건복지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역시 생계급여와 같은 수준으로 완화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마저 ‘내년 상반기 중 로드맵 마련’에 그친다. 상반기 중 로드맵 마련이 아니라 당장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