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불편한 장애인 기표대·사전투표소 접근성 개선된다

by 아기예수 posted Feb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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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불편한 장애인 기표대·사전투표소 접근성 개선된다
선관위, 장애인참정권 토론회서 신형 기표대 첫 선보여
점자 공보물 제작 의무화, 손 불편 장애인 위한 투표보조용구도 도입
 
등록일 [ 2016년02월23일 17시07분 ]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문제가 되었던 장애인용 기표대 및 사전투표소 장애인 접근권 문제가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폭이 좁아 전동휠체어가 들어가 기표하기 불편하고 약한 재질로 만들어져 문제가 많았던 기표대는 폭이 넓고 튼튼한 플라스틱형 기표대로 바뀌고, 사전투표소도 대부분 1층 또는 승강기가 있는 건물에 설치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6총선장애인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새로운 장애인 기표대를 선보이고, 20대 총선에서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1456215796-2.jpg20대 총선부터 사용될 장애인 기표대. 폭이 좁아 문제가 되었던 기존 장애인 기표대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가 도입한 장애인 기표대는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기표탁자가 오른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오른손을 쓸 수 없거나 몸을 돌리기 힘든 장애인의 경우 이용하기 힘든 디자인이었다. 게다가 손이 불편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서 기표해야만 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기표대 폭이 너무 좁아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기표대 재질도 골판지여서 심하게 흔들리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선관위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장애인용 기표대는 튼튼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폭이 약 120센티미터로 넓어졌다. 기표탁자까지의 높이는 약 90센티미터, 가림막 전체 높이는 약 170센티미터 가량이다.


선관위는 또, 사전투표소의 장애인 접근성 문제도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소의 경우 대부분 주민센터 등 지역 시설에 설치되었으나, 승강기가 없는 2층에 투표소가 지정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원성을 샀다. 당시 사전투표소 중 1층 또는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구축된 곳은 전체 투표소 3508곳 중 1102곳으로 31.4%에 불과했다.


당시 선관위는 선거관리 전산망을 1층으로 갑자기 옮겨올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별도의 선거전용통신망을 구축해 사전투표소의 통신망 보안 및 안정성을 확보하고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 사전투표소 3511곳 중 1층 설치는 1769곳, 승강기 등 편의시설 구축된 시설에 설치는 1181곳으로 전체 84%의 투표소의 장애인 접근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19대 총선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기호만 표기되어 있었으나, 이번 선거부터는 기호와 정당명, 후보자 이름까지 점자로 모두 표기된다. 또한, 손이 불편해 기표용구를 이용하기 힘들었던 장애인을 위해 손목활용형 기표용구와 입을 이용한 마우스형 기표용구도 도입된다.


이외에도 이번 선거부터 발달장애인을 위해 쉽게 제작된 선거제도 및 투표방법 안내 홍보물이 배포되며, 이전까지 임의사항이었던 점자형 선거공보물 제출도 모든 후보자가 의무적으로 제작하도록 했다. 다만 점자 공보물 대신 전자적 음성정보로 갈음할 수도 있다. 활동보조가 필요한 장애인 후보자에 대한 활동보조인력 지원도 정식후보 뿐만 아니라 예비후보자 단계부터 가능해졌다.

1456215873-15.jpg손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손목형 투표보조용구.

1456215904-67.jpg손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입을 이용한 마우스형 투표보조용구.
1456215959-38.jpg20대 총선부터 적용될 시각장애인용 점자 투표용지. 후보자의 기호 뿐만 아니라 정당명, 이름에도 점자 표기를 했다.
1456216032-22.jpg이번 총선부터 배포될 발달장애인을 위한 투표안내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장애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투표 환경 개선에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음을 지적했다.


권인자 전 충남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지체장애인의 투표소 접근권 문제가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비수도권 지역의 접근권 문제는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대중교통이 발달해서 투표소까지 가는데 문제가 없으나, 내가 사는 천안의 경우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며 “예전에 선관위에서 차량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으나, 정작 당일에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라고 하거나 리프트가 장착되지 않은 일반 차량을 이용하도록 안내 받았다”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김두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점자도서관장은 현행 공직선거법이 점자 공보물의 분량을 대통령 선거는 16면 이내,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 선거는 12면 이내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양에서 큰 제약이 있다고 꼬집었다. 점자의 경우 한 면에 담을 수 있는 정보 양이 일반 책자보다 적기 때문에 면수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점자 공보물을 전자적 음성정보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둔 것은 “제공자 입장에서의 편리성과 진정 회피용으로 사용될 수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병원, 장애인 거주시설 등 주로 거소투표가 진행되는 곳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결정권이 침해되는 불법행위가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선관위의 대책은 여전히 미비했다. 선관위는 기표소 의무설치 기관 및 시설에서의 투표시 후보자 측 참관인 및 선관위 직원 등의 적극적인 투표참관과 감시활동으로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태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실장은 “거소투표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불법 행위는 투표권을 넘어 장애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예방대책과 처벌 기준 강화를 주문했다.

1456216069-3.jpg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장애인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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